Page 120 - 선림고경총서 - 16 - 운문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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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8.
               어떤 스님이 아침 죽을 먹은 뒤에 찾아와 뵙자 스님께서 말씀
            하셨다.

               “죽은 먹었느냐?”
               “ 다 먹었습니다.”
               “ 법당 앞 기둥도 씹느냐?”
               “ 씹습니다.”

               “ 살펴보니 너를 딱딱하게 하는구나.”
               대꾸가 없자 대신 말씀하셨다.
               “스님께선 사람이 진실하지 못할까 염려한다는 것을 알겠습니

            다.”
               다시 말씀하셨다.
               “누구를 딱딱하게 하는데?”

               69.
               문을 열자마자 한 스님이 불쑥 들어오니 스님께서 갑자기 멱살
            을 잡고 말씀하셨다.

               “무슨 일이냐?”
               “ 무슨 일입니까?”
               스님께서 한 번 후려쳤는데도 대꾸가 없자 대신 말씀하셨다.

               “자기는 물러나면서 다른 사람을 나아가게 함은 손님과 주인간
            의 예의를 간직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멱살 잡았던 곳을 대신하여 말씀하셨다.

               “이 여우같은 망상꾸러기 얼굴에 침을 퉤 뱉는다.”
               다시 대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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