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7 - 선림고경총서 - 16 - 운문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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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록 下 127
“좀도둑이 낭패를 보았구나.”
대꾸가 없자 앞의 말에 대신하여 “우선 인의(仁義)를 간직하십
시오”하고는 뒷말 대신 “영락없는 촌뜨기군요”하더니 다시 말씀
하셨다.
“오래 전부터 뵙고 싶었습니다.”
84.
한 스님에게 물었다.
“모든 소리는 부처님 소리이며 모든 색은 부처님 색이라고 하
는데 잡아내서 나에게 말해 다오.”
“ 잡아냈습니다.”
“ 그렇게 말해서 어느 세월에 알겠느냐?”
대꾸가 없자 대신 말씀하셨다.
“군자의 한마디입니다.”
처음 말에 대신하여 말씀하셨다.
“미쳤다[狂].”
다시 말씀하셨다.
“불법 신심(身心)이 조금도 없구나.”
85.
한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 갔다 오느냐?”
“ 차(茶)를 따고 옵니다.”
“ 달마(達磨)는 몇 개나 땄느냐?”
대신 말씀하셨다.
“햇차는 조금만 마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