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9 - 선림고경총서 - 16 - 운문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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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록 下 129


               “어떤 점이 반조하지 못하는 것입니까?”
               “ 꿈엔들 현양성교론 을 보겠느냐?”
               대신 말씀하셨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그 사람[當人]을 보겠습니까?”
               다시 말씀하셨다.
               “반조하지 못한다.”

               89.
               스님께서 경전을 보는 한 스님에게 물었다.
               “제목 첫 글자가 무엇이냐?”

               스님이 경전을 들어 보이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있다.”
               “ 스님께도 있다면 무엇 때문에 다시 묻는지요?”

               “ 그렇다 해도 어찌하겠느냐?”
               “ 무슨 허물이 있습니까?”
               “ 자기가 싼 똥은 냄새를 못 맡는 법이다.”

               대신하여 “오후에야 알았습니다”하더니 다시 “덕산(德山)스님
            의 주장자,자호(紫胡)스님의 개”*하고는,다시 말씀하셨다.
                                         11
                                         )
               “그대의 이 질문은 지나치게 영리하구나.”
               90.
               고산(鼓山)의 한 스님이 오랫동안 숭수사(崇壽舍)에 있다가 갑자
            기 영중(嶺中)으로 돌아가 보복(保福)스님의 처소를 찾아가 뵈었다.

            보복스님은 찾아오는 것을 알고서는 휘장 안으로 들어가 누더기를
            뒤짚어쓰고 앉았다.그 스님이 “스님께서는 땀을 내십니까?”하고


            *흙덩이를 던지면 개는 흙덩이를 쫓고 사자는 던진 사람에게 덤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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