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7 - 선림고경총서 - 16 - 운문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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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록 下 147
127.
채소밭에 들어가 거름더미 위의 팻말을 보더니 한 스님에게 물
었다.
“무어라고 하느냐?”
대꾸가 없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나에게 묻거라.”
그 스님이 그대로 질문을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다른 사람이 믿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128.
절 짓고 보수하는 암자 주인에게 물었다.
“법당을 헐어 버렸는데 홀연히 시주가 찾아오면 무엇으로 공경
하겠느냐?”
암주가 합장을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종놈이 계집종을 그윽히 보는군.”
129.
모기소리를 듣더니 한 스님에게 말하였다.
“모기가 조사를 삼켜 버렸다.”
“ 모기만 조사를 삼킨 것이 아니라 조사도 모기를 삼켜 버렸습
니다.”
스님은 인정하지 않고 이어서 말씀하셨다.
“네가 나에게 묻거라.”
그 스님이 그대로 질문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무엇이 이상한가.”
향림(香林:雲門의 제자인 香林澄遠)은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