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4 - 선림고경총서 - 16 - 운문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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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7.
               스님께서 직세(直歲:절에서 토목일을 맡아보는 소임)에게 물었다.
               “오늘은 무엇을 하였느냐?”

               “ 띠풀을 베고 왔습니다.”
               “ 조사를 몇이나 베었느냐?”
               “ 3백 명입니다.”
               “ 아침에 3천 리,저녁에 8백 리를 가니 동쪽 집 국자자루는 길

            고 서쪽 집 국자자루는 짧다.어떠하냐?”
               직세가 말이 없자 스님은 주장자로 때려서 쫓아 버렸다.

               148.
               한 스님이 재를 지내고 돌아오는데 스님께서 물었다.
               “재를 베푼 주인은 무엇을 공양하더냐?”
               그가 주먹을 세우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여기에서 너에게 물으니 이렇게 한다만,큰방 앞에서 누
            군가 묻는다면 무어라고 대답하겠느냐?”
               “ 모든 것을 그때그때 봐서 하겠습니다.”

               “ 말 배우는 부류로군.”
               149.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을 하느냐?”
               “ 열반두(涅般頭:열반당을 책임맡은 일)를 합니다.”
               “ 병들지 않은 자가 있더냐?”

               “ 모르겠습니다.”
               “ 그렇다 해도 모르고 그렇다 하지 않아도 모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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