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선림고경총서 - 16 - 운문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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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록 中 59


               173.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묻기를,“덕산스님은 대뜸 방망이로 후
            려쳤다.말해 보라.학인에게 잘한 점이 있었는지를”하시고는 대

            신 말씀하셨다.
               “이유가 없습니다.”
               174.

               하루는 말씀하시기를,“모든 것을 다 아는 청정한 지혜에도 생
            멸이 있느냐?”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야차(夜叉)가 게송 반마디를 설합니다.”

               175.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갈 곳을 안다면 어느 겁(劫)엔들 조사
            와 부처가 없겠느냐?”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나타나십니다[發].”
               176.
               시중하여 말씀하시기를,“어떤 것이 칼끝을 드러내지 않는 한

            마디냐?”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수행하는 사람[今時人:本來人의 對語]이라면 분명하게 도를 밝
            혀야만 합니다.”

               스님은 이에 게송을 읊었다.


                 칼끝을 드러내지 않는 한마디
                 말하기 전에 먼저 부촉하였네
                 걸음을 내딛고 시끄럽게 떠드나
                 그대 잘못 짚었음을 알겠네.
                 不露鋒骨句 未語先分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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