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8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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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양기록․황룡록


            찍히고 도장을 누르고 있으면 무늬가 뭉개진다.떼지도 않고 누르
            지도 않을 경우엔 또 어떻게 도장을 찍겠느냐?”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안개 낀 마을에 3월 비 내리는데 어떤 집 하나만은 색다른 봄
            이로구나[煙村三月雨 別是一家春].”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2.

               방거사(龐居士)가 조리(笊籬)를 팔러 다리로 내려오다가 땅바닥
            에 입을 박고 엎어지자 딸인 영조(靈照)도 아버지 곁에 거꾸러지니
            거사가 말하였다.

               “너는 무얼 하느냐?”
               “ 아버지께서 땅에 거꾸러진 것을 보고 제가 부축해 드리는 겁
            니다.”

               “ 다행히도 보는 사람이 없었기 망정이구나.”



               스님께서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말씀하셨다.
               “가련한 사람은 비웃는 줄도 모르고 도리어 가다 말고 진흙탕
            에서 뒹구는구나.내가 당시에 보았더라면 이 원수를 한 방망이에

            쳐죽였으리라.”
               불자로 선상을 치고는 내려오셨다.


               3.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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