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2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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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양기록․황룡록


               국사는 말을 꺼냈다 하면 헛소리를 낸 적 없으나
               시자를 세 번 불렀어도 소식이 없었구려

               평생에 속마음을 남에게 기울였으나
               알고 지냄이 모름만 못하였네.
               國師有語不虛施 侍者三喚無消息

               平生心膽向人傾 相識不如不相識



               조주스님의 ‘차나 마시게’*(2수)
                                         13)
               趙州喫茶

               조주가 사람 시험한 분명한 경계

               무심코 입을 열어도 바로 속마음을 알았네
               얼굴을 마주할 때 푸른 눈 없었더라면
               종풍이 어찌 지금에 이르렀으랴.

               趙州驗人端的處 等閑開口便知音
               覿面若無靑白眼 宗風爭得到如今


               서로 만나 묻고는 내력을 알아
               친소를 가리지 않고 바로 차를 주었네

               돌이켜 기억하니 바쁘게 왕래한 자들이여


            *조주스님이 어떤 스님에게 묻기를 “여기에 왔던 적이 있던가?”하여 “그렇습
              니다”하면 “차나 마시게”하였다.또 다른 스님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여 이
              번에는 “왔던 적이 없습니다”하면 이때도 역시 “차나 마시게”하였다.이에
              원주가 묻기를 “어째서 왔던 이도 차를 마시게 하고 온 적이 없는 이도 차를
              마시게 합니까?”하니 스님이 “원주야!”하고 불러 원주가 대답하거늘 “차나
              마시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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