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2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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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양기록․황룡록
국사는 말을 꺼냈다 하면 헛소리를 낸 적 없으나
시자를 세 번 불렀어도 소식이 없었구려
평생에 속마음을 남에게 기울였으나
알고 지냄이 모름만 못하였네.
國師有語不虛施 侍者三喚無消息
平生心膽向人傾 相識不如不相識
조주스님의 ‘차나 마시게’*(2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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趙州喫茶
조주가 사람 시험한 분명한 경계
무심코 입을 열어도 바로 속마음을 알았네
얼굴을 마주할 때 푸른 눈 없었더라면
종풍이 어찌 지금에 이르렀으랴.
趙州驗人端的處 等閑開口便知音
覿面若無靑白眼 宗風爭得到如今
서로 만나 묻고는 내력을 알아
친소를 가리지 않고 바로 차를 주었네
돌이켜 기억하니 바쁘게 왕래한 자들이여
*조주스님이 어떤 스님에게 묻기를 “여기에 왔던 적이 있던가?”하여 “그렇습
니다”하면 “차나 마시게”하였다.또 다른 스님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여 이
번에는 “왔던 적이 없습니다”하면 이때도 역시 “차나 마시게”하였다.이에
원주가 묻기를 “어째서 왔던 이도 차를 마시게 하고 온 적이 없는 이도 차를
마시게 합니까?”하니 스님이 “원주야!”하고 불러 원주가 대답하거늘 “차나
마시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