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6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P. 136
136 양기록․황룡록
천봉(千峰)에 눈이 하얗거든 재빨리 거두네
시절에 맞추어 들고 놓을 수 있다면
사방 가득한 뽕밭인데 무슨 근심을 하랴.
昔日潙山有水牯 而今老倒臥荒丘
形容卓立雖無力 灌啖依前是好牛
四野草靑隨處放 千峰雪白早須收
若能擡擧及時節 極目桑田何用憂
천군만대(千群萬隊)의 물빛 암소도
위산의 한 마리에서 벗어나진 않네
무심히 몸에 지니면 항상 현전(現前)하려니와
마음을 내서 찾는다면 찾지 못하리
크지도 작지도 않으나 근력은 있어
한 몸에 두 이름,아는 사람 적어라
인연 따라 놓아주니 초목은 푸르고
늦은 석양에 거두니 천지가 어둡다네
끌고 놓아줌은 코끝의 고삐여야만 하니
고삐 얻지 못하면 잡을 도리 없으리
고삐 없는 많은 세상 사람들
빤히 보면서도 이 도둑 소를 놓쳐 버렸네.
千群萬隊水牯牛 不出潙山這一隻
無心管帶常現前 作意追尋尋不得
不大不小有筋力 一身兩號少人識
隨緣放去草木靑 遇晩收來天地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