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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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양기록․황룡록


               “법당을 잡고 안으로 가 버리면 발꿈치 아래서 서천까지는 거
            리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 나는 그대의 질문에 나가떨어졌다.”
               “ 솜씨 좋다[無鼻孔:흔적을 남기지 않음]하였더니…….”
               “ 30년 뒤에 스스로 얼굴이 붉어지리라.”

               스님께서 말을 이으셨다.
               “‘바람은 나뭇가지를 울리지 않고 비는 흙덩이를 때리지 않는

            구나’하였는데,이는 속인의 경계[時節]이다.어떤 것이 경계에 상
            응하는 구절이냐?”
               그리고는 선상을 손으로 한 번 내려치고는 “그저 미륵이 하생

            할 때까지 기다려라”하셨다.


               13.
               상당하자 한 스님이 물었다.

               “호부(虎符:구리로 호랑이 모습을 만든 것으로 군사를 징발하는 데
            쓰는 도장)와 금인(金印:장군이 쓰는 금으로 만든 도장)을 스님께서

            몸소 쥐셨으니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일은 어떠한지요?”
               “ 장군이 명령을 거행하지 않는다.”
               “ 장막 안에서 계획을 세우는 일은 스님이 아니면 누가 하겠습

            니까?”
               “ 금주(金州)의 객(客)이 하지.”

               “ 다행히도 인간,천상을 마주하였으니 굉장한 일을 구경하고
            싶습니다.”
               “ 내 콧구멍이 그대 손아귀에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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