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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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양기록․황룡록


               10.
               상당하여 악!하고 할(喝)을 한 번 하고는 말씀하셨다.

               “온 누리가 내 할 한 번에 기왓장 깨지듯 얼음 녹듯 하였다.
            이제 그대들은 어디서 옷 입고 밥을 먹겠느냐.옷 입고 밥 먹을
            곳을 아직 찾지 못했거든 옷 입고 밥 먹을 곳을 찾아야만 하며,

            옷 입고 밥 먹을 곳을 알았다면 본래면목[鼻孔]을 알아야 하리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1.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큰 파도는 아득히 출렁이고 흰 물결은 하늘까지 넘실거린다.

            생사의 흐름을 끊고 저 언덕에 도달한 사람은 단연코 알음알이를
            떨어버리겠지만 짧은 노의 외로운 뱃사람은 밀고 당기느라 상을

            찌푸리며 애쓴다.
               말해 보라.바람 자고 물결 고요한 한마디를 어떻게 말하겠느
            냐.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없다면 내 그대들에게 보시하리

            라.”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어부는 어부대로 한가히 선창하고 나무꾼도 저 혼자서 소리
            높여 노래하네[漁人閑自唱 樵者獨高歌].”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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