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5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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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록 95


            건을 구하는 것과 같고,그렇다고 생각[念]을 쉬고 공(空)을 관(觀)
            함은 물속의 달을 붙들려는 것과 똑같은 일이다’라고 한 말을.

               납승이라면 이쯤에서 몸을 바꿀 만한 길 한 가닥[轉身一路]이
            있어야만 한다.몸을 바꿀 수만 있다면 벌여놓은 것과 모인 무더
            기마다 다 대사(大事)가 나타난[現前]것이라서 종횡으로 자유로워

            다시는 모자라거나 남는 법이 없으려니와,몸을 바꾸지 못한다면
            푸대 속의 늙은 거위와 같아서 살아 있다 해도 죽은 목숨과 같으

            니라.
               나는 산에 사는 평범한 사람으로서 본래 식견이 없다.그러나
            어제는 이 군(郡)의 전승판관비서(殿承判官秘書)에게 특별히 초청

            을 받았으니 명령을 받고서 감히 찾아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
            런데 문 앞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바로 귀종사(歸宗寺)를 맡아달라

            는 명령이 있었다.
               나아가고 물러남을 곰곰이 살펴보았더니 염치없음만 깊이 더하
            였다.이는 전승판관이 옛날에 부처님의 수기[受기]를 받들어 왕의

            신하로 모습을 보이심이다.항상 정사를 베푸는 여가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경스럽게 받들어 혜풍(慧風)과 요풍(堯風)을 아울러 선
            양하려 하였으며 불일(佛日)과 순일(舜日)이 함께 밝기를 기대했으

            니 진실로 중생에 뜻[意]을 두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처럼 마음을
            극진히 할 수 있었으랴.

               이 날에 또 조정의 수레가 영광스럽게도 법회에 임하여 시종
            성쇠하던 중에 진실로 영광을 더하게 되었다.옛날에 배상국(裴相
            國)은 높은 벼슬자리에 있었으나 황벽(黃檗)스님에게 인정을 받았

            고,한문공(韓文公)은 당세에 명성이 지중하였으니 태전(太巓)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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