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6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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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양기록․황룡록
을 모시었다.지금의 이 일을 옛날에 비교한다면 무슨 차이가 있
으랴.할말은 많으나 여러 청중들에게 번거로움이 될까봐 염려스
럽다.”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3.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법령을 극진히 하여 기강을 잡음은 범부와 성인 양쪽에 다 통
하지는 않으며 그렇다고 한 가닥 길을 놓아주면 알음알이[商量]가
생긴다.”
곧이어 주장자를 잡아 세우더니 말씀하셨다.
“바로 지금 주장자가 서니 시방세계가 일시에 서는구나.”
그리고는 다시 주장자를 눕히더니 말씀하셨다.
“바로 지금 주장자를 눕히니 시방세계가 일시에 눕는다.어째
서인가?듣지도 못했느냐.‘가장 작은 것은 가장 큰 것과 같아서
경계를 끊어 잊었고,가장 큰 것은 가장 작은 것과 같아서 테두리
를 보지 못한다’고 한 말씀을.”
그리고는 주장자를 높이 세우더니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4.
제형(提刑:지방에서 형벌이나 옥사의 일을 맡는 벼슬)이 산에 들어
와 좌석에 오르자 한 스님이 청하였다.
“제형의 수레가 멀리서 법좌에 나오셨으니 스님께서는 깨달음
의 종지[向上宗乘]를 한 번 결단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