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7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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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록 97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일자(一字)모양 두건[幞頭]이며 챙이 뾰족한 모자로다.”
그 스님이 또 말하였다.
“비단,제형만 이 훌륭함을 받들 뿐 아니라 저도 절하며 스님
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의 눈썹을 잡아 벗기고 그대의 콧구멍을 두드려서 떨어뜨
린다면 또 어떠하겠느냐?”
그 스님이 “허허(噓噓)”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국수를 만들려면 그 고을 밀가루로 빚어야 하고,노래를 부르
려면 천자의 고향 사람이라야만 한다.”
그리고는 다시 말씀하셨다.
“유정(有情)의 근본은 지혜 바다로 근본을 삼고,함식(含識)의
부류는 모두 법신으로 자체를 삼는다.다만 미혹한 생각[情]이 생
겨 지혜가 막혔기 때문에 매일 작용하면서도 모르며,생각[想]이
바뀌는 대로 몸이 달라지기 때문에 업연(業緣)을 쫓아가 되돌아올
수 없다.아득한 예와 지금에 뉘라서 근본 원인을 확연히 아는가.
고단한 사랑과 증오는 망정의 근본으로서 허망한 것이다.그러므
로 우선 석가모니 조어사(調御師)께서는 일찌감치 깨달음을 얻으시
고 우리가 수고로운 삶으로 생사유전을 자초함을 불쌍히 여기셨
다.그런 뒤에 큰 지혜를 얻고 오묘한 모습으로 몸을 나투시어 49
년을 세상에 머무르시면서 12분교(十二分敎)를 연설하셨다.그리하
여 영리하고 둔한 근기에 맞추어 교화 방편을 세워 상․중․하의
근기가 각자 정도[漸]에 맞게 얻기를 바라셨다.예를 들자면 큰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