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0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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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조주록 하


               “‘근본[根]으로 돌아가면 뜻을 얻고,비춤[照]을 따르면 종지를
            잃는다’고 할 때는 어떻습니까?”
               “ 나는 이 말에 대답하지 않겠다.”
               “ 스님께서 대답해 주십시오.”

               “ 그래야 마땅하지.”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생각할 수 없는 경계입니까?”

               “ 어서 말해 보아라,어서 말해 보아라!”


               한 스님이 물었다.
               “밤에는 도솔천에 올라가고 낮에는 염부제에 내려오는데,* 그
                                                                    17)
            중간에 어째서 마니구슬은 나타나지 않습니까?”
               “ 뭐라고?”
               그 스님이 다시 묻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비바시불이 일찍이 마음에 두었으나 지금까지도 그 묘(妙)를 얻

            지 못하였다.”


               한 스님이 물었다.
               “생각으로 헤아리지 못하는 경계는 어떻습니까?”

               “ 빨리 말해라,빨리 말해!”


            *무착(無著:310~390?)이  유가사지론(瑜伽師地論)을 쓸 때,밤에는 도솔천
              에 올라가 미륵보살의 가르침을 받고,낮에는 염부제로 내려와 집필했다는
              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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