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0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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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조주록 하
하였다.
“많이 지껄여서 무얼 하오?”
갈래머리 동자는 이때 산으로 들어가서 다시는 보이지 않았다.
스님께서 경을 보고 있는데 문원사미가 들어오자 경을 비스듬히
보여주었다.사미가 그냥 나가 버리니 스님께서 뒤따라가서 붙들고
말씀하셨다.
“어서 말해라,어서 말해!”
“ 아미타불,아미타불!”하니 스님께서는 방장실로 돌아가셨다.
한번은 사미동행(沙彌童行)이 찾아뵈러 오자 스님께서는 시자더
러 “저 애를 보내라”고 일렀다.
시자가 행자한테 “스님께서 가라고 하신다”하니 행자가 곧 작
별인사를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미동행은 문 안에 들어왔으나 시자는 문 밖에 있구나.”
스님께서 행각할 때,큰스님 한 분이 사는 절에 이르러 문에 들
어가 인사를 나누자마자 말씀하셨다.
“있느냐,있느냐?”
큰스님이 주먹을 치켜올리자 스님께서 “물이 얕아서 배를 대기
가 어렵구나”하고는 그냥 나와 버렸다.
또 한 절에 이르러 큰스님을 보고 “있느냐,있느냐?”하였는데
그도 주먹을 치켜올렸다.스님께서는 “놓아주고 빼앗으며 갖고 쥐
기를 능숙하게 하는구나”하고 절을 하며 나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