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3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P. 173

1.상 당(나머지 말) 173


            셨다.
               “만일 나를 닮았으면 나를 때려죽일 것이요,닮지 않았다면 당
            장 불살라 버려라.”



               스님께서 문원과 길을 가다가 한 조각의 땅을 가리키면서 “여기
            에다 검문소를 하나 지었으면 좋겠다”하니 문원이 얼른 가서 그곳
            에 서면서 “신분증[公驗]을 가져오시오”하였다.
               스님께서 대뜸 따귀 한 대를 때리자 문원이 말하였다.

               “신분증은 틀림없다.지나가시오.”


               스님께서 새로 온 납자에게 물었다.
               “이제 어디서 떠나 왔느냐?”

               “ 오대산에서 떠나 왔습니다.”
               “ 문수보살은 보았느냐?”
               그 스님이 손을 펴 보이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손을 펴 보이는 사람은 많지만 문수보살을 보기란 어렵다.”

               “ 그저 조바심이 나 죽을 지경입니다.”
               “ 구름 속의 기러기도 못 보면서 어찌 사막 변방의 추위를 알겠
            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이렇게 멀리서 와서 귀의하오니 스님께서는 한번 가르쳐 주십
            시오.”
               “ 손빈(孫臏)의 문하에서는 무엇 때문에 거북을 잘라 점을 쳤느
   168   169   170   171   172   173   174   175   176   177   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