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5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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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록 下 125


               “무슨 도리라는 것이 있겠습니까?”
               스님께서는 마침내 그를 어루만지며 인가해 주셨다.


               17.

               하루는 스님께서 혜릉(慧稜)스님에게 말씀하셨다.
               “지난날 위산(潙山)스님께서 앙산(仰山)스님에게 ‘예로부터 모든
            성인들은 어디로 갔는가?’라고 묻자 ‘어떤 사람은 하늘세계에 있고
            어떤 사람은 인간세계에 있습니다’라고 하였다는 기록을 보았는데,

            그대가 한번 말해 보아라.앙산스님의 말은 무슨 뜻인가?”
               “ 만약 모든 성인이 나왔다가 사라진 곳[出沒處]을 묻는다면 그렇
            게 말해서는 안 됩니다.”
               “ 그대는 도무지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는데,갑자기 어떤 사람이
            그대에게 그렇게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하겠느냐?”

               “ 저는 다만 틀렸다[錯]라고만 대답하겠습니다.”
               “ 그것은 그대가 틀리지 않았음을 뜻한다.”
               “ 틀렸다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18.

               하루는 스님께서 혜전(慧全)스님에게 물었다.
               “그대의 깨달아 들어가는 일[得入處]은 어떻게 되었느냐?”
               “ 스님과의 거래는 다 끝났습니다.”

               “ 어디서 나와 거래를 하였느냐?”
               “ 어디 갔다 오셨습니까?”
               “ 그대의 깨달아 들어가는 일은 어떻게 되었느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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