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7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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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록 下 127


               “나는 때때로 온 기틀[全機]을 들춰낸다.이럴 때는 세 개의 나무
            공을 한꺼번에 집어던지는데 그 전부를 잡아야 한다.”
               “ 스님이 나무공을 던진 다음 갑자기 어떤 스님이 스님께 ‘공을
            보시오!’라고 소리치면 그때는 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뭐라고?’라고 하겠다.”
               “ 저는 그렇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 그대는 어떻게 말하겠느냐?”
               “‘ 그것도 분수 밖의 일은 아니다’라고 하지요.”


               23.

               하루는 스님께서 현사스님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이곳에는 요즘 하늘과 땅을 손아귀에 꽉 쥔 사람이 하나
            있다.그대는 아마 정신[精彩]을 바짝 차려야지 자칫 도반과 형제도

            건지기 어려울 것이다.”
               “ 옳은 말씀이긴 합니다만 어떻게 하늘과 땅을 손에 쥡니까?”
               “ 아마도 그것은 스스로의 작용,바로 손에 쥐는 일이 아니겠느
            냐.”
               “ 스님께서는 무엇을 써서 그렇게 되었다 하겠습니까?저 같으면

            그렇게는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 그대는 어떻게 말하겠나?”
               “ 스님은 하늘이고 저는 땅인데 어떻게 형제도 건지기 어렵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 그대가 그렇게 자유자재함을 얻었느냐?쓰고 싶으면 쓰고 거두
            어들이고 싶으면 거두어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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