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2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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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설봉록


               “제가 대답할 때를 보십시오.”
               “ 이 당나귀,말이나 따라다니는 놈아!무엇이 큰 빛인가?”
               그 스님이 대답을 못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도 잠시 죽은 말이나 고치는 의원이 되었었구나!한입에 하늘

            과 땅을 몽땅 삼켜 버렸으니…….”


               33.
               운문 문언(雲門文偃)스님이 목주 도명(睦州道明)스님을 찾아뵙고

            종지를 깨친 다음 진조 시랑(陳操侍郞)의 집에 가서 3년을 보내고 다
            시 돌아와 목주스님을 뵈오니 스님이 말하였다.
               “남방에 가면 설봉스님이란 분이 있는데 그대는 그곳에 가서 종
            지를 받지 그러느냐.”
               이에 운문스님은 설봉산을 찾아갔다.마침 농막에서 북쪽으로 가

            는 한 스님을 만나 그 스님에게 물었다.
               “스님은 오늘 설봉산에 오르려고 합니까?”
               그 스님이 그렇다고 하자 운문스님이 말하였다.
               “내가 스님에게 한 가지 부탁할 일[因緣]이 있습니다.이 말을 주
            지 노스님에게 물어보되 다른 사람이 부탁한 말이라고 해서는 안 됩

            니다.”
               그 스님이 좋다고 승낙하자 운문스님이 말하였다.
               “스님이 산문 안에 가서 큰스님이 상당하여 대중이 모이는 것을
            보거든 팔을 잡아 붙들어 세워 놓고 ‘이 늙은이야!목에 쓴 칼(형틀)

            을 왜 벗어버리지 못하느냐?’라고 하십시오.”
               그 스님이 가서 운문스님이 시킨 그대로 하였다.스님께서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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