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7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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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록 下 137


            문 밖까지 전송하고 법당으로 돌아와서 부상좌에게 말씀하셨다.
               “성인의 화살 한 발을 쏘아 구중궁궐에 들어가게 할 것이다.”
               부상좌가 말하였다.
               “스님께서 그를 인정하기에는 아직 모자라는 점이 남아 있습니

            다.”
               “ 그는 철저히 깨친 사람이다.”
               그러자 부상좌가 “만약 저의 말을 믿지 못하신다면 제가 그를 간
            파하고 올 때까지 기다리십시오”하고는 짚신을 갈아신고 5리 가량
            을 달려가 가마 안에 있던 신안국사를 붙들고 말하였다.
               “스님은 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 구중궁궐로 가는 길이오.”
               “ 가다가 갑자기 3군이 스님을 포위하고 몰려들 때는 어떻게 하시
            겠습니까?”
               “ 그곳에는 자연히 하늘로 통하는 길이 있게 마련이오.”

               “ 그렇게 되면 궁궐이고 뭐고 다 잃고 말 것이오.”
               “ 어디에 간들 존경받지 않겠나.”
               부상좌가 법당으로 되돌아와서 스님께 말씀드리자 스님께서 말씀
            하시기를,“그의 말도 역시 보는 곳이 있다”라고 하자 부상좌가 말하
            였다.
               “이 늙은이가 아직 발꿈치가 땅에 닿지 않았구나!”



               43.

               하루는 스님께서 삼성(三聖)스님과 길을 가다가 원숭이들을 보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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