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4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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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설봉록


               “옛 개울의 차가운 샘물은 어떻습니까?”
               “ 맛이 쓰다.”
               “ 그 물을 마시는 사람은 어떻게 됩니까?”
               “ 죽는다.”

               스님께서 이 말을 듣고 “조주스님은 옛 부처님이시다!”하고는 이
            때부터 물음에 대답하지 않으셨다.


               35.

               하루는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세계가 한 자[尺]넓어지면 옛 거울[古鏡]도 한 자 넓어지고,세
            계가 한 발[丈]넓어지면 옛 거울도 한 발 넓어진다.”
               이때 현사스님이 모시고 섰다가 화로를 가리키며 말하였다.
               “이것은 얼마나 넓습니까?”

               “ 옛 거울만하지.”
               “ 노스님은 아직도 발꿈치가 땅에 닿지 않는 점이 있습니다.”
               “ 내가 주지살이하는 일이 번거로워서 그렇다.”


               36.

               하루는 현사스님이 한 스님을 보내서 스님께 편지를 전했는데,편
            지를 받아 봉투를 열어 보니 백지뿐이었다.이에 스님께서 그 스님
            에게 물으셨다.

               “알겠느냐?”
               “ 모르겠습니다.”
               “ 옛말을 듣지 못하였느냐?군자는 천리 밖에서도 그 풍모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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