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8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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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설봉록


               “사람에게는 누구나 옛 거울[古鏡]이 하나씩 있는데 이 원숭이들
            도 역시 옛 거울이 하나씩 있구나!”
               그러자 삼성스님이 말하였다.
               “오랜 겁이 지나도록 이름이 없었는데 어떻게 ‘옛 거울’이라고 드

            러낼 수 있습니까?”
               “ 흠집이 생겼구나!”
               이에 삼성스님이 악!하고 할을 하고는 “이 늙은이가 말귀도 못
            알아듣는구나”하자 스님께서는 “내가 주지살이하는 일이 번거로워
            서……”라고 하셨다.



               44.
               하루는 스님께서 대중운력을 하던 차에 몸소 한 단의 등덩굴을
            걸머지고 오다가 길에서 한 스님을 만나자 그것을 냅다 땅에 팽개쳐

            버렸다.이때 그 스님이 덩굴다발을 주워 올리려 하자 스님께서 발
            로 그 스님을 짓밟아 넘어뜨렸다.절에 돌아와 장생스님에게 말해
            주면서 “나는 오늘 그 중을 밟아 버렸더니 마음이 통쾌하다”라고 하
            자 장생스님이 “스님께서도 그 스님과 교대로 열반당(涅槃堂:절에서
            환자들이 쉬는 곳)에 들어가야 되겠습니다”라고 하였다.스님께서는

            곧 가 버렸다.


               45.

               한 스님이 찾아와서 인사를 드리자 스님께서 몽둥이 다섯 대를
            때려 주었다.그 스님이 “제게 무슨 허물이 있습니까?”하자 스님께
            서는 다섯 대를 더 때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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