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2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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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설봉록


               이 일로 스님께서 편지를 써서 한 스님을 시켜 현사스님에게 보
            냈더니 현사스님이 그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 설봉스님에게서 왔습니다.”

               “ 불법이란 이런 도리는 아니다.”
               그리고는 마침내 설봉산에 올라가서 혜릉스님을 전송하면서 스님
            을 뵙고 물었다.
               “스님은 기쁘시겠습니다.또 가지 하나가 갈라져 나가서 그쪽으로
            갔으니…….”
               “ 그래,그래!인연이란 이런 것이야.고향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

            다.”
               “ 이것이 그가 갈 길입니다.”
               “ 그래,그래!”
               “ 예,예!”

               현사스님은 물러나서 혜릉스님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복 있는 사람이다.태부께서 선원을 만들어 놓고 그대를
            기다리니…….”
               “ 이 모두가 주지[堂頭:설봉]스님과 스님의 은혜에 힘입은 것이지
            제 복은 아닙니다.”
               “ 나는 그대를 제법이라고 여겼더니 어째 그러냐?”

               “ 그렇다면 저는 스님께 절을 올려야 되겠습니다.”
               “ 이런 도리가 아니다.”
               현사스님이 스님께 이 이야기를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본래 양절(兩浙:浙江의 남북 양쪽을 말함.즉 浙上과 浙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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