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1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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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록 下 141


               “그렇다면 아마도 그의 인연이 스님의 회하에 없지 않은가 합니
            다.그러니 그를 내려보내 주시면 제가 그에게 말하겠습니다.”
               스님께서 산으로 돌아갈 때가 되자 현사스님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곳에 주지하면서 잘 간직[保任]해 주기 바란다.”

               “ 꼭 스님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 그렇게 하면 자연히 구름이 일고 비가 내리게 될 것이다.”
               “ 스님께서도 산에 가시거든 더욱 몸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 그래,그래.그렇게 하지.”
               스님께서 산으로 돌아오자 혜릉스님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현사스님이 있는 곳에 가서 그대가 영운스님에게 물었던

            문제를 거론했더니 현사스님은 그 뜻을 잘 알아듣더라.”
               “ 현사스님이 무어라고 말했습니까?”
               “ 그는 그저 그대가 혜릉이라고 했을 뿐이다.”
               “ 스님께서는 왜 제게 말씀해 주시지 않습니까?”

               “ 조금 전에 그대에게 말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
               “ 그렇다면 저는 잠시 현사스님 처소에 가서 문안을 드려야 하겠
            습니다.”
               “ 그렇다면 그곳에 가서 그를 보자마자 ‘나는 모르겠습니다’하고
            일찍 돌아오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마침내 혜릉스님은 산을 내려가 현사스님을 찾아보게 되었다.



               49.

               천주(泉州)의 왕태부(王太傅:刺史 王延彬을 말함)가 혜릉스님에게
            초경사에 주지를 맡아 달라고 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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