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6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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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설봉록
“그대는 어디로 가려 하느냐?”
“ 안다면 갈 곳을 알아서 가지요.”
“ 그대는 할 일을 다 마친 사람인데 뭐하러 어지럽게 쫓아다니느
냐.”
“ 스님께서는 남에게 오물을 뿌리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 내가 너에게 똥칠을 했다고 하자.옛 스님이 털[毛布]한 오라기
를 입으로 불었던 일을*어떻게 생각하느냐?내게 설명을 좀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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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 남이 먹다가 남긴 국물찌꺼기나 식은 밥은 다른 사람이 이미 다
먹어 치웠습니다.”
이에 스님께서는 그만두셨다.
58.
스님께서 천태산(天台山)국청사(國淸寺)에 있을 때였다.공양시간
이 되자 발우를 들어올리며 한 강사[座住]에게 물으셨다.
“이것이 무슨 뜻인지 말할 수 있으면 이 발우를 그대에게 주겠
다.”
“ 이는 화불(化佛)쪽에서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 갑자기 그대의 종놈을 만들 수도 있다.”
*조과 도림(鳥窠道林)스님에게 회통(會通)이라는 시자가 있었는데,하루는 갑자
기 떠나겠다고 하직을 고하자 도림스님이 물었다.“이제 어디로 가려느냐?”
“ 저는 법을 위해 출가했는데 스님께서 자비로운 가르침을 내려 주지 않아서
이제 제방을 돌며 불법을 배우려 합니다.”“불법이라면 나에게도 있지.”“무
엇이 스님의 불법입니까?”그러자 스님은 몸에 걸치고 있던 옷에서 털오라기
를 하나 빼내어 훅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