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9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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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록 下 149
62.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으셨다.
“이제 어디서 왔는가?”
“ 불일(佛日)스님의 회하에서 왔습니다.”
“ 이곳으로 올 때 해가 솟았던가?”
“ 해가 만약 떴다면 설봉산을 다 녹여 버렸을 것입니다.”
이에 스님께서는 그만두셨다.
또 다른 스님에게 물었다.
“그대는 이름이 무엇인가?”
“ 현기[玄機:신기한 베틀]라고 합니다.”
“ 그 베틀에서는 하루에 베를 얼마나 짜는가?”
“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습니다.”
“ 큰방에 가서 참구나 하여라.”
그 스님이 서너 발자국을 걸어가자 스님께서 “가사가 땅에 떨어
졌소!”하셨다.
그 스님이 고개를 돌리자 스님은 별안간 그를 때리며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꼴이 썩 좋구나!”라고 하셨다.
63.
하루는 스님께서 현사스님과 초경사 스님(혜릉스님을 말함)과 산
에 놀러갔는데,현사스님이 말하였다.
“이 상골봉(象骨峰)산마루를 보십시오.불법이 있겠습니까?만약
에 있다고 한다면 어떻게 그 ‘있음’을 설명할 것이며,없다고 한다면
또 어떻게 그 ‘없음’을 설명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