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3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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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록 下 153
70.
하루는 스님께서 한 스님을 시험해 보려고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 절중(浙中)에서 왔습니다.”
“ 뱃길로 왔나?육지로 왔나?”
“ 두 가지 길을 모두 거치지 않았습니다.”
“ 그러면 어떻게 이곳까지 올 수 있었나?”
“ 무슨 막힘과 걸림돌이 있겠습니까?”
스님은 그를 때려 쫓아 버렸다.10년이 지난 뒤 그 스님이 다시
찾아오자 스님께서 물으셨다.
“어디서 왔는가?”
“ 호남(湖南)에서 왔습니다.”
“ 호남은 이곳에서 얼마나 되는가?”
“ 멀지 않습니다.”
스님께서는 불자를 세우며 물었다.
“이만치 떨어져 있는가?”
“ 그만한 거리라면 이곳에 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스님께서는 지난번과 같이 그를 때려서 쫓아 버렸다.
이 스님이 그 후 절에 주지를 맡게 된 다음 사람만 만나면 설봉
스님의 욕을 하였다.그런데 이 스님에게 함께 수행하던 스님이 있
어 이 이야기를 듣고 특별히 그를 찾아가 물었다.
“사형이 설봉스님을 찾아뵈었을 때 설봉스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
셨기에 이렇게 그 분의 욕을 합니까?”
그 스님이 두 번의 일을 이야기하니 함께 수행하던 스님이 꾸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