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8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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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설봉록


               머리는 마명봉(馬鳴峰)을 베개삼아
               흰구름 속에 몸을 눕혀
               그 신광(神光)만리에 감추도다
               나의 마지막 한마디를 아는가

               너와 같은 가지라네.
               脚踏香積壟 頭枕馬鳴崎
               身臥白雲裏 神光萬里秘
               會我最後句 與汝同一枝


               동과(冬瓜)는 항상 멍청해

               호로(葫蘆)박 튀어난 곳 동그랗게 도려내네
               영롱한 빛 천하에 가득한데
               그대를 보니 속이 캄캄하구나.
               冬瓜長儱侗 葫蘆剔突圝

               玲瓏滿天下 覽子黑漫漫


               그대 보지 못했나 길가의 망주석(望柱石)을
               세상 사람 한결같이 바삐바삐 쏘다니네
               비파의 조루[柦棙]*손 따라 움직여도
                                13)
               광릉(廣陵)의 묘곡(妙曲)*은 타는 사람 없구나
                                    14)
               만약 여기 탈 수 있는 사람 있다면
               탔다 하면 천하의 가락을 다 타 버리리.


            *비파를 탈 때 손에 잡는 빗 모양의 탄구(彈具).
            *계강(稽康)이라는 사람이 연주했다는 신선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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