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3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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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록 下 173


               8.증씨와 헤어지면서[辭曾氏]


               예전에 울다라(鬱多羅:승복 3의 중 하나)입기를 허락받고서
               지금까지 베틀의 북 움직이지 않았네

               오늘 다시 구름 따라 물 따라 떠나가노니
               오리가 거위 될 날을 뉘라서 기다릴 수 있겠나.
               昔年曾許鬱多羅 直至如今未動梭
               此日且隨雲水去 誰能待得鴨成鵝




               9.실사백에게 드림[贈實師伯]


               거룩하도다 도인이시여,큰 기틀 홀연히 쉬었구나
               당당하고 비밀한 그것을 무엇으로 드러내리오

               천산의 가장 높은 산마루는 만겹의 초록빛 옷을 입었고
               구름과 바람을 싸안은 줄을 나는 정말 몰랐구나.


               뜬 허깨비 같은 이 몸으로 가는 곳마다 바보노릇 하다가
               된서리 내리려 할 제 눈썹까지 머리를 풀어헤쳤네

               스님인지 속인인지 가릴 수 없어 속으로 이런가 저런가 하였는데
               은밀한 힘으로 나를 깨우치심에 거센 빗줄기에 구름 흩어지듯 하
            였소.
               善哉道者頓息大機 堂堂密密將何顯伊
               千山絶頂萬重綠衣 風雲抱合我終不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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