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5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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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사록 中 135


            으랴.
               한 줄기 빛은 일찍이 어두운 적이 없었다.여기에 도달하면 체
            (體)는 고요하면서도 항상 분명하다.불타는 해가 안팎이 없듯 원

            각(圓覺)인 공(空)가운데서 요동하지 않고,천지를 삼키고 태우면
            서 아득히 비춘다.
               부처님이 세간에 나오심도 원래 들고 남이 없으며 이름과 모습

            도 자체가 없다.도는 본래 여여하고 원래 천진하므로 닦아서 깨
            치는 것[修證]과는 같지 않다.그저 텅 비었으므로 어둡지 않아서
            작용을 해도 더러움에 끄달리지 않으니 그 가운데서 가는 털끝만

            큼이라도 도에 극진하지 못하면 마왕의 권속이 된다.
               구절의 앞과 구절의 뒤는 학인에게 어려운 곳이다.그러므로 한
            구절이 하늘에 닿으면 팔만 사천의 문에서 생사가 영원히 끊기는

            것이다.비록 가을 연못에 달 그림자처럼,고요한 밤의 종소리처럼
            치는 대로 빠짐없이 들리고 물결 따라 부딪치되 흩어지지 않는다
            해도 그것은 생사 언덕의 일이다.

               도인이 행하는 경계는 마치 불이 얼음을 녹이면 다시는 얼음이
            되지 않으며,화살이 활시위를 떠나면 되돌아올 기세가 없는 것과
            도 같다.그러므로 견고한 새장에도 안주하려 하지 않고 불러도
            머리를 돌리지 않는 것이니,옛 성인은 자리를 정하지 않고 지금

            까지 처소가 없다.
               여기에 이르면 걸음마다 현묘함에 올라 삿되고 바름에 속하지

            않으므로 식(識)으로도 알지 못하고 지(知)로도 알지 못하며 움직
            였다 하면 바로 실마리를 잃고 깨달았다 하면 종지에 미혹한다.
            성문연각은 간담이 떨리고 10지보살은 혼백이 놀라,말길이 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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