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7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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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사록 下 187
대중운력으로 보리타작을 하는 차에 갑자기 스님께서 땅에 엎
어지면서 아야,아야!하고 소리쳤다.대중이 모조리 그 앞으로 달
려가서 물었다.
“스님,괜찮으십니까?”
“ 너희 삼사백 명이 모조리 나의 밥통 위에 올라와 치고 있는데
나더러 어떻게 편안하란 말이냐.”
3.
상당하여 한참을 잠자코 있자 대중들이 모두 말하기를,“스님께
서 설법하지 않는다면 몽땅 흩어지겠습니다”하였다.그러자 스님
께서 꾸짖으셨다.
“보아하니 모조리 똑같구나.한 사람도 지혜로운 안목을 가진
이가 없구나.내가 입만 열었다 하면 모두가 말에서 찾고 생각으
로 헤아리니,내가 진정 너희를 위했는데도 도대체 아무도 모르는
구나.보아하니 정말 어렵겠구나,정말 어렵겠어.”
4.
상당하여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나는 그대들을 위하느라고 대단히 피곤하다.알았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고요하여 아무 말도 없을 땐 어떻습니까?”
“ 잠꼬대를 해서 무얼 하는가?”
“ 본분의 일을 스님께서는 말씀해 주십시오.”
“ 그렇게 잠만 자서 무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