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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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사록 上 25


               “저는 북소리를 알아듣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북소리를 듣는다면 그것은 그대일 뿐이다.”
               “ 모르겠습니다.”

               “ 그대는 우선 죽이나 먹게.”
               능도자가 죽을 다 먹고 나서 바로 올라가더니 말하였다.
               “스님께서는 설파해 주십시오.”

               “ 죽을 다 먹지 않았구나.”
               “ 스님께서는 설파해 주시고 농담하지 마십시오.저는 돌아가겠
            습니다.”

               “ 그대가 올 땐 어느 길로 왔었는가?”
               “ 대목로(大目路)로 왔습니다.”
               “ 갈 때도 대목로로 가거라.어떻게 놀린다고 하는가.잘 가게.”



               10.

               한 스님이 설봉에서 찾아오자 스님께서 물으셨다.
               “산중스님께선 요즈음 무슨 법문으로 학인을 지도하시던가?”
               “ 산중스님께서는 ‘남산에 자라코뱀 한 마리가 있으니 여러분은
            잘 살펴 다녀라’하셨습니다.”

               “ 아는 사람이 있던가?”
               “ 절중(浙中)의 능상좌(稜上座)가 ‘오늘 승당(僧堂)에서 크게 목숨

            을 잃은 사람이 있습니다’라고 대꾸했습니다.”
               “ 역시 능도자라야만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만 나라면 그렇게
            말하지 않겠다.”
               그러자 그 스님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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