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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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현사록


               “스님이라면 무어라고 말씀하시겠습니까?”
               “ 남산을 들먹여서 무얼 하겠는가.”
               “ 무엇이 자라코뱀입니까?”

               “ 내 그대에게 남산은 들먹여서 무얼 하느냐고 말하지 않았더
            냐.”
               “ 설봉스님께서 ‘남산에 자라코뱀 한 마리가 있다’고 했던 뜻이

            무엇입니까?”
               “ 바로 그대인데도 그대가 알지 못하는 것이다.”
               “ 저는 모르겠습니다.”

               “ 나도 모른다.”


               11.

               하루는 한 스님이 문안을 드리자 스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여러분은 여기에서 동서 사방으로 이르는 것을 아는가?”

               행사(行思)스님이 말하였다.
               “다 압니다.”
               “ 불법은 그런 도리가 아니다.”
               “ 무엇이 동서 사방으로 이르는 것입니까?”

               “ 사옹(謝翁:玄沙)이 방금 말했는데도 모르는구나.”



               12.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불법은 아무 일이 없으나 사람을 살릴 수도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성품을 보아 성불함은 고금에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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