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9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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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록 上 109
길 끊긴 암자의 문을 동쪽으로 열어 놓고
주인과 손이 만났으되 아무런 이야기 없네.
산은 말이 없고 물은 졸졸 흐르는데
돌여자는 시끄럽고 나무사람 호통친다
허겁지겁 서쪽에서 온 푸른 눈의 오랑캐가
이 뜻을 누설하여 부처의 해를 파묻었네.
조계(曹溪)의 노씨 노인[盧老:혜능]손에 전해 왔나니
‘한 물건도 본래 없다’또 말했구나
우습구나,천하 고금의 사람들
눈썹을 아끼지 않고*방(棒)과 할(喝)을 마구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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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무엇으로 지금 사람 위할까
봄 가을 겨울 여름,좋은 시절에
더우면 시냇가에 나가고 추우면 불 쪼이며
한가히 흰구름 끊고 밤중에는 좌선하네.
피곤하여 백운루(白雲樓)에 한가히 누우니
소소한 솔바람 소리 시원하다
배고프면 산나물 있고 목마르면 샘물 있으니
그대 와서 남은 생을 보내게나.
*가까이 앉아 자상하게 설법하느라고 상대방과 얼굴이 닿아 눈썹이 닳아빠진
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