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7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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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록 下 127
철봉(哲峯)
지혜도 미치지 못하고 슬기로도 다하지 못하며
천지를 떠받치고 유(有)와 공(空)을 벗어났으니
그 어디 석양 밖에 홀로 섰는가
선재(善財)는 수고로이 딴 봉우리를 묻는구나.
만고에 흰구름 날아도 이르지 못하는데
하루아침에 붉은 해 새어 들어 미리 알렸다
몇 번이나 겁화(劫火)를 겪어도 그저 이러했던가
천고에 우뚝 솟아 조사의 풍모를 떨치네.
동곡(東谷)
사시(四時)의 처음이요 만화(萬化)의 기틀*이니
2 3)
북두성이 굴러 동쪽[扶桑]이 희미하게 밝아 오면
새벽이 밝아 해가 빛나는데
가운데는 비어 묘하고 깊으며 위는 트이어 그윽하고 미묘하다.
멋지도다,예나 이제나 시냇가에서 고기 낚는 이
하루종일 낚싯줄 드리우고 시냇가에 앉아서
물을 따라 흘러오는 떨어진 꽃만을 보고
*원문의 ‘幾’는 ‘機’의 오자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