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0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P. 130
130 태고록
설애(雪崖)
설산 가운데 눈언덕이 있는데
위에는 흰 눈 쌓여 봉우리를 이루었고
밑에는 새파란 향기로운 풀이 곱다
비니(肥膩)*라는 풀이여,삼동을 지나왔구나.
24)
떨기마다 잎마다 아름답기 옥과 같은데
빛과 맛이 다르면서도 같음이 있네
그 가운데 하얀 소가 있어
고운 털이 눈처럼 하얗지만
흰 소의 흰 것은 흰 것 아니나
흰 것 아닌 가운데 따로 흰 것이 있네.
권하노니 그대는 이 소를 타고
마음껏 피리를 불어 보아라
풀은 향기롭고 물은 맛이 있나니
설산 속에서 한가히 놀되
이 산 속의 즐거움은 즐거움이 아니거니
알아주는 친구와 즐거움 같이하라.
그대들에게 권하노니
*비니(肥膩):식용의 살진 풀.중국에서는 흉년이 들면 풀을 먹었는데,이 풀
을 비니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