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9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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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록 下 129


                 식목수(息牧叟)



               지난해 소 먹이며 언덕 위에 앉았을 때
               시냇가 꽃다운 풀에 보슬비 내리더니
               금년에 소 먹이며 언덕 위에 누웠나니

               푸른 버들 그늘 밑에 더운 기운 거의 없네.


               소는 늙고 어디에 방목해야 좋을지 몰라

               고삐를 놓아두고 무생가(無生歌)한 곡조를 한가로이 부르다가
               고개를 돌리면 먼 산에는 저녁 해가 붉었는데
               늦은 봄 산중에는 지는 꽃이 여기저기 바람에 날린다.






                 설매헌(雪梅軒)


               섣달 눈이 하늘에 가득 차 내리는데

               찬 매화는 꽃이 한창 피었네
               송이송이 송이송이

               매화에 흩어져 내리매 분간할 수 없구나.


               난간에 기대 종일 보아도,그래도 부족하여

               화공(畵工)을 시켜 붓과 벼루를 가까이하여
               병풍에다 몇 가지를 옮겨 놓나니
               6월의 불더위 속에서도 사람 마음을 시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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