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5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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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록 下 135


               꽃 지고 꽃 피기 그 몇 해이던가.



               주인 중의 주인이여
               오랫동안 왕래가 끊겼는데
               마음을 비워 고요히 솔바람을 듣느니

               흰구름 가고 옴을 물으려 하지 말라
               이 암자에는 원래 이치의 길 막혔거니.





                 어은(漁隱)



                   옛날의 통달한 사람들은 숨어살면서 고기를 잡기도 하고 혹은
                 나무를 하기도 한다.그리하여 기회를 보고 때를 기다리다가 조
                 정에 나타나 한번 말을 꺼내면,구름이 용을 따르듯 물이 바다
                 로 들어오듯 세상 사람들이 모두 스스로 귀의하니,어느 것 하
                 나인들 그 은혜를 입지 않겠는가.저 위수(渭水)의 강태공(姜太
                 公)이 바로 이런 사람이다.어진 재상 이암(理菴)이 ‘어은(漁隱)’
                 이라 별호를 지은 뜻도 거기 있는 것이니,그러므로 글[詞]을 짓
                 는다.


               긴 강의 밝은 거울 속에

               평생의 뜻을 맡겨 두노니
               세상의 무궁한 일이
               낚싯대 휘두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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