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 태고록
하주(何住)
두 쪽에 모두 머무르지 않거니
중도인들 어찌 편안해하랴
물마다 산마다 자유로이 노닐면서
물결 위의 한가한 흰 갈매기를 웃는다.
남곡(南谷)
아이가 찾아왔던 지 천 년 뒤
적막하고 텅 비어 맑기만 한데
늙은 중은 일이 없어 구름 속에 누웠나니
한낮의 푸른 산만이 암자를 마주하네.
무지(無智)
항상 혼자 앉으면 멍청한 이 같더니
찬 바위 마른나무가 청춘을 맞이하듯 하네
홍진(紅塵)의 길에서 치달리기를 그만두고
한결같이 구름산에 이 몸을 숨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