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6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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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태고록
절하고 물러났다.
이튿날 다시 방장실에 나아가 깨달은 바를 말하고 태고암가(太
古庵歌)를 올렸다.석옥화상은 매우 장하게 여기고 우선 시험하여
물었다.
“그대는 이미 그런 경지를 지났지마는 다시 조사의 관문이 있
는데 알겠소?”
“ 어떤 관문이 있습니까?”
“ 그대가 깨달은 바를 보니 공부가 바르고 지견(知見)이 분명하
오.그러나 그것을 모두 놓아버리시오.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것
이 이장(理障)이 되어 바른 지견을 방해할 것이오.”
“ 놓아버린 지 오래입니다.”
“ 그렇다면 쉬시오.”
다음날 스님은 또 위의를 갖추고 나아갔다.석옥화상은 “부처
님과 조사들이 전한 것은 오직 한 마음이요,딴 법이 없소”하고
는 마조(馬祖)스님이 한 스님을 시켜 대매 법상(大梅法常)선사에게
물은 인연*을 들어 이렇게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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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매산(大梅山)법상(法常:752~839)스님이 마조스님을 찾아뵙고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마음이 바로 부처다.”법상스님은 그 자리에서 깨닫고
그때부터 대매산에 머물렀다.마조스님은 법상스님이 산에 머무른다는 소문
을 듣고 한 스님을 시켜 찾아가 묻게 하였다.“스님께선 마조스님을 뵙고 무
엇을 얻었기에 갑자기 이 산에 머무르십니까?”“마조스님께서 나에게 ‘마음
이 부처다’하였다네.그래서 여기에 머무르지.”“마조스님 법문은 요즈음 또
달라졌습니다.”“어떻게 달라졌는가?”“요즈음은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
다’라고 하십니다.”“이 늙은이가 끝도 없이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구나.너는
네 맘대로 비심비불(非心非佛)해라.나는 오직 즉심즉불(卽心卽佛)일 뿐이다.”
그 스님이 돌아와 마조스님게 말씀드렸더니 마조스님은 “매실(梅實)이 익었구
나”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