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9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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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 장 219


               석옥화상은 미소를 지으며 “불법이 동방으로 가는구나”하고
            다시 가사를 주어 신(信)을 표하며 말하였다.

               “비록 옷은 오늘날의 것이지만 법은 영산회상으로부터 지금으
            로 이어져 내려온 것이오.오늘 그대에게 이것을 부촉하니 그대는
            잘 보호하고 지켜 끊기지 않게 하시오.”

               그리고는 주장자를 들고 당부하였다.
               “이것은 노승이 평생을 써도 다 못 쓴 것이오.오늘 그대에게
            주니 그대는 이것으로 길잡이를 삼으시오.”

               스님은 절하고 받은 뒤에 물었다.
               “지금은 그러하거니와 마지막[末後]에는 어찌하리까?”
               “ 스승보다 지혜로운 사람은 천 년을 가도 만나기 어려울 것이

            오.만일 그런 사람을 만나거든 그에게 전해 주시오.무엇보다도
            지금까지 내려온 불조의 명맥을 끊이지 않게 해야 하오.”

               스님은 절하고 하직한 뒤에도 못 잊어 하는 빛이 있었다.석옥
            화상은 수십 걸음 밖에까지 따라나와 다시 스님을 불렀다.
               “장로여,우리 집에는 본래 이별이란 것이 없으니 이별이라 생

            각하지 마시오.이별이니 이별이 아니니 하고 생각하면 옳지 못하
            오.부디 노력하시오.”

               스님은 “예,예”하고 물러 나왔다.
               8 월 3일에 호주를 떠나 10월 16일에 연도(燕都)에 닿으니,정신
            은 대방(大方)에 놀고 이름은 중원(中原)에 퍼졌다.때에 영녕사 장

            로 여철강(如鐵舡)과 공덕주(功德主)원사(院使)곽목적립(郭木的立)
            은 스님을 본사(本寺:영녕사)에 거처하도록 하였다.그 뒤에 남북
            양성(兩城)의 여러 절 장로들이 여기저기 글을 올려 두루 알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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