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8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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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태고록
“어떤 것이 평상시의 수양이며,어떤 것이 향상(向上)의 수단
[巴鼻]인가?”
스님은 병의 물을 쏟듯 대답하고 더 나아가 물었다.
“이밖에 또 다른 도리가 있습니까?”
석옥화상은 깜짝 놀라면서 말하였다.
“노승도 그랬고 3세의 부처님과 조사들도 그러했소.장로에게
혹 다른 도리가 있다면 왜 말하지 않소.”
스님은 절하며 “예로부터 부자간에도 전하지 않는 묘한 도리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제자가 어찌 감히 화상의 큰 은혜를
저버리겠습니까”하고는 머리를 조아리고 합장하였다.석옥화상은
“하하하”하고 크게 웃으며,“장로여,그대의 3백60여 뼈마디와 8
만 4천 털구멍이 오늘 모두 열렸소.그리하여 노승이 70여 년 동
안 공부한 것을 모두 그대가 빼앗아가는구려”하고 또 “노승은 오
늘 3백 근의 짐을 모두 내려놓고 그대에게 대신 짊어지우고,나는
이제 다리를 뻗고 잘 수 있게 되었소”하였다.스님도 하룻밤을
머무르셨다.석옥화상은 ‘태고암가’의 발문을 써 주면서 물었다.
“우두(牛頭)스님이 사조(四祖)를 만나기 전에는 무엇 때문에 온
갓 새들이 꽃을 입에 물고 왔던가?”
“ 부귀하면 사람들이 다 우러러보기 때문입니다.”
“ 사조를 만난 뒤에는 무엇 때문에 입에 꽃을 문 새들을 찾아볼
수 없었던가?”
“ 가난하면 아들도 멀어지기 때문입니다.”
“ 공겁(空劫)이전에도 태고(太古)가 있었던가,없었던가?”
“ 허공이 태고 가운데서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