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0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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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상 독아적(右丞相 禿兒赤)*과 선정원사 활활사(宣政院使 闊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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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思)등이 천자에게 아뢰었다.
마침 태자의 생일을 맞아 자정원사 강금강길(資政院使 姜金剛
吉)이 어향(御香)을 받들고,태의원사 곽목적립(太醫院使 郭木的立)
․선정원동지 열자독(宣政院同知 列刺禿)․자정원동지 정주겁설
(資政院同知 定住怯薛)․관인 답자해(官人 答刺海)등은 삼가 성지
(聖旨)를 받들어 묵고 있는 절을 개당하였다.제사(帝師)와 정궁황
후(正宮皇后)․이궁황후(二宮皇后)와 태자는 모두 향과 선물을 내
렸다.스님은 이궁황후가 바친 금란가사를 입고 우레소리를 크게
떨쳤다.현릉(玄陵:공민왕)은 그때 세자로 있었는데 더욱 감탄한
뒤에 “소자(小子)가 만일 새로 고려의 왕이 되면 스님을 나의 스
승으로 모시겠습니다”하였다.
무자년(1348)봄에 스님은 본국으로 돌아와 중흥사에 머무르시
면서 여름 안거를 지내고,자취를 숨기기 위해 미원장(迷原莊)을
지나는데,선대(善大)라는 늙은 아전이 꿇어앉아 울면서 만류하였
다.그리하여 스님은 그와 함께 흐르는 물을 따라 용문산(龍門山)
북쪽 기슭에 이르렀다.푸른 숲은 깊고도 빼어났으며 꽃다운 노을
은 은은하였다.터를 잡아 암자를 짓고 소설산(小雪山)이라 이름하
고는,세상과 인연을 끊고 거기서 종신토록 살겠다 하며 ‘산중자
락가(山中自樂歌)’한 편을 지으셨다.
임진년(1352)봄에 현릉이 대호군 손습(大護軍 孫襲)을 보내 불
렀으나 가지 않으셨는데 다시 손습을 보내 굳이 청하므로 부득이
일어나셨다.현릉은 궁중에 맞이하여 설법을 청하였다.맑은 법음
*상당법문에서는 ‘禿’이 ‘朶’로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