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2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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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경비로 쓰셨다.그 뒤에 고향의 자연으로 돌아갈 뜻이 있어서
왕에게 글을 올려 돌아가기를 청하였다.현릉은 “나는 일찍부터
화상의 도풍(道風)을 사모하였소.스승은 내 뜻을 저버리지 마시
오.스승이 머무르지 않는다면 도를 저버리는 것이오”하고,4월
24일에 왕사(王師)로 봉하였는데,오래 가물다가 이 날 비가 내렸
다.현릉은 매우 기뻐하며 ‘왕사의 비’라 하고,한림(翰林)들은 모
두 축하하는 글을 바쳤으나 스님은 그 경사의 덕을 임금에게 돌
리셨다.
며칠 뒤에 왕의 명령으로 광명사(廣明寺)에 원융부(圓融府)를
세우고,거기에 관리를 두니 장관은 정3품(正三品)이었으며,금옥
으로 된 그릇에다가 온갖 생활용구를 모두 갖추었다.그리고 고향
인 홍주(洪州)를 목(牧)으로 승격시키니,그 도덕을 표창하는 지극
한 마음에서였다.그러나 스님의 마음은 담담하여 그것을 뜬구름
처럼 생각하셨다.현릉은 스님을 맞이하여 청하였다.
“세속의 이치가 법왕(法王)의 거울을 더럽힐까 두렵소.그러나
상대를 따라 친절히 응해 주는 것이 성자(聖者)의 할 일일 것이오.
물을 일이 있소?”
“ 명대로 따르겠습니다.”
현릉이 물었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어떻소?”
“ 왕의 거룩하고 인자한 그 마음이 바로 모든 교화의 근본이자
다스림의 근원이니,빛을 돌이켜 마음을 비추어 보소서.그리고
시절의 폐단과 운수의 변화를 살피지 않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옛날 조상 임금께서 3국을 통일하여 한 나라를 만들어 후손을 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