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8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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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나옹록
환암(幻菴)
몸은 허공꽃과 같아서 찾을 곳이 없는데
여섯 창에 바람과 달은 청허(淸虛)를 둘러싸고
없는 가운데 있는 듯하지만 여전히 실체가 아니라
네 벽이 영롱하여 잠깐 빌려 산다네.
곡천(谷泉)
만 골짝 천 바위와 소나무 잣나무 사이에
신령한 근원은 깨끗하고 바탕은 편하고 한가하네
깊고 깊은 골속에서 항상 흘러나오나니
마시는 이 온몸 뼛속까지 차가워라.
소암(笑菴)
오늘도 영산(靈山)의 일이 분명하나니
여섯 창을 활짝 여니 새벽바람 차가워라
빙그레 짓는 미소 누가 알아보겠는가
네 벽이 영롱하여 세상 밖에서 한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