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0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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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나옹록


                 인산(仁山)



               어떤 일이나 막힘 없으면 스스로 통하니
               높은 묏부리는 뚫고 나와 뭇 봉우리 누른다
               온갖 형상을 머금었으나 모든 모양 떠났거니

               백억의 수미산인들 어찌 이만하리오.





                 고주(孤舟)



               온갖 기연을 아주 끊고 나 홀로 나와
               순풍에 달빛 타고 돌아오네

               갈대꽃 깊은 곳의 연기 속에 배를 대니
               부처와 조사가 엄연하나 찾아서 알 수 없다.





                 대원(大圓)



               허공을 꽉 싸안고 그림자와 형상을 끊었네
               온갖 형상 머금었어도 자체는 항상 깨끗하다

               눈앞의 진풍경을 누가 헤아릴 수 있으랴
               구름 걷힌 푸른 하늘에 가을달이 밝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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