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1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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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송 201


                 헐암(歇菴)



               모든 인연을 다 던져 버리고 돌아왔나니
               네 벽에는 맑은 바람 솔솔 불어오네
               지금부터야 무엇 하러 다시 집착할 것인가

               비좁으나마 널따란 곳으로 여기고 그저 앉아 있으리.





                 추산(秋山)



               가을바람 한 줄기가 엷은 구름 쓸고 나면
               온 땅의 봉우리들은 묘한 빛이 새롭구나

               그로부터 달빛은 밝고 깨끗하리니
               수미산을 겨자씨가 받아들이는 것도 친하기 때문이 아니다.





                 순암(順菴)



               만상이 모두 한 생각에 돌아가 사라지니
               여섯 창에는 밝은 달이 고요하고 쓸쓸해라

               티끌티끌이 남의 집 물건이 아니니
               조그만 암자에 온 법계가 다 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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