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 나옹록
태양(太陽)
허공을 모두 감싸 안팎이 없는데
금까마귀는 세계 어디에나 스스로 분명하다
온 하늘에서 단박 몸을 뒤집어 버리면
한 길이 당당하여 겁 밖이 태평하다.
현계(玄溪)
묘한 이치와 진실을 말하는 것,그 모두 허망한데
그 가운데 한 줄기가 난간 너머 잔잔하다
침침하고 고요한데 누가 볼 수 있는가
한 줄기 그 소리가 밝은 달에 실려 오네.
서암(瑞巖)
흰 기운이 하늘을 찔러 허공을 꽉 메우고
푸른 솔은 사방에 여기저기 꽂혀 있다
끄떡없이 다른 경계와 간격이 없지마는
꽃비는 여전히 망령되게 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