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 나옹록
향암(響菴)
맑은 메아리가 허공을 흔들고 시방에 떨치나니
여섯 창에 찬 달이 당당히 드러났네
삼라만상이 모두 그 소리에 맞춰 춤을 추니
띠풀 사립문도 다 광명을 발하네.
무여(無餘)
동서남북이 텅 비어 트였으니
시방세계가 또 어디 남았는가
허공이 손뼉치며 라라라 노래하매
돌계집이 소리에 맞춰 쉬지 않고 춤을 추네.
고산(杲山)
밝은 해가 허공에 올라 한 점의 흐림도 없어
우뚝한 묏부리들이 푸른 하늘에 꽂혔네
뜬구름이나 엷은 안개가 어찌 거기 갈 수 있겠는가
백억의 수미산들이 그 앞에 늘어섰네.